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지혜편 <길을 묻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니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리는 이어령 교수님의 1 20초짜리 동영상을 마주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80초의 짧은 동영상에서 과연 무엇을 배워갈 수 있을까요? 이 짜리 몽땅한 동영상에서 과연 우리가 지혜를 배워 갈 수는 있는 것일까요?

 

무엇을 습득하는 일에 시간은 사실상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얼마나 깊은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우리들은 매일 학교에서 몇 시간씩 수업을 하지만,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배우지는 않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학교의 수업시간은 80초의 몇 배나 될까요? 이 책은 읽는 데에 몇 십분 가량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정말 하나의 이야기 당 80초만 소모되는 꼴이죠. 그렇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저는 몇 년 가량의 지혜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과 습득은 전혀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80초면 칫솔질 하는 시간, 구두끈을 매는 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자투리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을 가지고도 우리는 일생을 결정짓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길을 묻다> 8, 머리말에서

 

우리의 하루인 24시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80초들이 있습니다. 24시간의 80초 한 개만 지혜를 기르는데 써 봅시다. 우리는 그 80초의 투자로, 미래의 여러 80초의 시간을 현명하게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25일 동안 하루에 80초만 투자한다면, 우리는 다 읽고 이 책을 다시 책장에 넣어 놓음과 함께 지혜로운 미래를 약속 받는 것이 됩니다.

 

이 책에 흘러가는 줄거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줄거리는 아쉽지만 쓰지 못하겠군요. 하지만 이 책에 들어있는 25가지의 짧은 80초짜리 이야기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어령 교수님이 찾아낸 생활, 역사, 학문 속의 사소한 발견, 그리고 그것들의 연합으로 그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엮일 수 있는 점을 찾아 교훈을 대입시키는 능력은 엄청난 창의력과 깊은 학문적 지식이 필요한 일들 중 하나입니다.

 

똑 같은 숫자라도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80이라는 숫자는 한자로 쓰면 八十이 됩니다. 이어령 교수님께서는 이 팔십을 어떻게 보실까요? 이어령 교수님은 이 팔십을 세로로 쓰면 우산을 뜻하는 ()의 약자가 된다고 합니다.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80년 혼자 쓰고 살아온 내 우산으로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을 받쳐 주고 싶습니다.” 라고 우산을 해석하십니다.  80초를 다른 공간으로 바꾸어 지붕이라고도 하시지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거할 든든한 집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중략) 그래야 추위에 떠는 손님에게 아랫목 구들을 내어줄 수가 있고 더위에 땀을 흘리는 사람에게 돗자리 깐 마룻바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80이라는 숫자 하나가 이렇게 다르게 해석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무한한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뇌는 우주처럼 애매하고도 넓은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가지를 배우고 열을 이해하고, 한가지를 보고 열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이 넓은 공간에서 우리는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합니다. 그래야지 우리의 시선이 넓혀지고, 더 다양하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책은 우리의 길잡이입니다. 혹시라도 그 넓은 벌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고, 지혜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지혜를 배웁니다. 1등 다음에는 2등이 있고, 1등이라는 자리는 누구나 차지할 수 있지만,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는 것도, 미국에서는 help me 라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람 살려’라고 하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방황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임을,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사람의 감정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실들을 아름다운 말과 이야기로 포장한다면, 우리는 그제서야 그것을 머리 밖으로 꺼내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그 자체로서 지혜를 하나 더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위인들의 말은 노력해라, 사랑해라, 아껴라, 소중히 여겨라 등, 아주 기본적인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하는 말과 그들의 명언은 겉의 모습이 다른 것일 뿐입니다. 왜 우리들이 기껏 꾸며놓은 지혜를 사람들은 오글거린다고 하고, 명언은 마음에 세기고 다니는 것일까요?  그저 겉모습이 다르다면 왜 그렇게 다른 것을 배척할까요? 이것 또한 이 책에서 주는 교훈입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우리는 똑같이 책을 읽고서도 다른 여러 가지의 교훈들을 받아들일 수 있죠. 그렇다면 지혜는 이제 스스로의 무궁무진한 힘으로 한번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마음 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우리의 기본적 이성과 양심이 가져다 주는 지혜를 이제 깨워봅시다. 그리고 공책을 꺼내고,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봅시다. 지혜는 휘황찬란하게 말의 꾸밈으로 치장되기 전에는 항상 우리들 곁에 소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박함을 엮어 전혀 꾸미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이해하면 감탄할 만큼 논리적인 지혜를 담은 이 책을 현대를 바삐 살아가는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냉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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